| 룰루~ |
점심먹고나서 작은방 구석에 놓여있는 사물박스를 꺼내서 (잡동사니들) 하나씩 꺼내며 정리하고 있는 중이였다.
(정말 큰맘 먹고 꺼낸것!)
꾀 오래된..(그래봐야 요 몇년사이) 물건들이 속속 나와서 마냥 흐믓했었다.
그러다 예전 수첩이 손에 잡혔다....
| ? |
그당시에 (군생활 ..그리고 전역할 당시)
작은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마치 일기마냥...
메모를 자주 했었고... 전화번호등도 많이 적어놓던 그런 수첩인데...
왠 쪽지가 꼬깃..떨어지는것이 아닌가?
응? 뭐지?
....
군생활 당시...받았던..따뜻한...편지였다...
고참 상사 분의 딸아이 생일이라고... 딸아이가 좋아하는 만화좀 그려주면 정말 고맙겠다는 말에 덜컥 기분이 좋아서
(말년 병장이겠다.)
그림을 그려준적이있었는데...그 아이가..고맙다고 써준 위문? 편지였던것이다...
갑자기..밀어닥쳐왔다...
1998년도 겨울바람이 나의 온몸을 스치고 지나간다......
'잘크고 있을까? 그분은 건강하실까.....연세도 많으셨는데... 아들도 잘있을까?..얼마나 컷을까? 지금 중학생? 아니 고등학생? 공부는 잘하고 있을까?...미술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었는데...그 보잘것없는 내그림을 액자에 넣어서..방한가운데 자랑스럽게 걸어놓고 그렇게 좋아했다던데...'
......보고싶다......
전화번호!!!
| 뒤적뒤적~ |
그래 분명히 어딘가 내가 따로 적어놓은 번호가 있어! 이수첩 말고 다른수첩일텐데!!
아마 겉장이 녹색이였지?..있을꺼야! 있을꺼야!
| 유레카! |
'찾았다!'
그래 이거다...
여기...내 군생활의 추억이
모두 담겨있지...
| 훌쩍... | 있었구나...여기 있었구나
그렇게 오랬동안 여기 있어줬구나...
종이는 바랬지만...
이병때부터..병장될때까지..추억이 여기 고스란히 남아있다.
순간..머릿속에 하얗게 지워져 있던 나의군대 생활들이 하나둘씩 스쳐지나간다. 바쁜생활에 지난 시간에 잊혀져서 없는줄로만 알았던 내추억들이 다시 살아났다. 하나하나 빠짐없이 기억난다. 더웠던날의 그땀냄새도 내무반 냄새 화장실냄새 그리고 ....내이불냄새까지......
전화번호도 남아있구나...이렇게 또박또박 적어놓았구나..
다행이다...정말 다행이다.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전화를 걸었다...
몇년이 지났지만...
다행히..집은 이사했지만......
집전화는 그대로였다...
휴대폰 번호도 바뀌었지만...
집전화는 그대로였다...
얼마나 반갑던지...
정말 다행이다...모두 건강히 잘지내신단다.... 늦은 새해 인사도 드리고....
꼭 한번 찾아뵙겠다는 약속을 하고서야..전화를 끊을수있었다.
수첩속에는...정말 많은 사람들의 이름과 전화번호 (삐삐번호가 과반수이상이다..ㅠ.ㅠ) 가 남겨져 있었다....
한명한명 소홀할 사람들이 아니다..모두
"이다음에 나가서 꼭 연락하자... 전화해라! 보고싶다! 잘지내고!? 보지는 못해도~ 우리 통화는 하재이~~ 건강해라~"
이름만 봐도 기억이 살아난다. 누군지 하나같이 기억이 난다.
순간...
혼란스러웠다....큰 사고라도 난 마냥...내 머리속에서 깡그리 지워져있던 추억들이 한꺼번에 몰려와서 날 괴롭힌다.
몇년간 기억 상실증에서 깨어난 사람이 이런기분일까?...
미안한 마음과 그리움이 겹쳐서 가슴속을 후벼온다....
'이대로 그냥 두어야 하나... 어떻게든 다시 연락해서 잊혀졌을지도 모르는 그사람의 기억속에 다시 나를 꺼내주어야 하나....'
세월은 나를 기다리지 않는다.....
추억상자....(감히 추억상자라고 이름을 붙였다.)
오늘은 추억상자에 작은 추억을꺼내어서...한명한명...안부를 전해 본다..... |